[건강 칼럼] 줌 인, 줌 아웃
정신과 의사의 진료 활동을 두 가지로 나누면 ‘줌 인(zoom in), 줌 아웃(zoom out)’으로 요약하겠다. 우선 줌 인의 경우, '명료화'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다. 먼저 환자가 겪는 증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증상은 어느 정도인지, 증상의 배경이 되는 삶의 상황, 받는 정신적 갈등의 상황이 어떤지 등 파악한다. 또한 처방하는 약을 결정하는 과정, 효과와 가능한 부작용 등을 고려해 어떻게 적절히 처방할지 등등 결정하는 과정이 모두 포함된다. 줌 인은 낱낱이 뜯어보고 세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카메라가 화소의 수가 많을수록 좋은 화질을 가질 수 있듯이, 이 과정은 긴 수련과 또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다. 가능한 나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명료화하는 작업이다. 주로 전통적 의학적인 접근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또는 오히려 더 중요한 작업이 있다면 줌 아웃 과정이다. 나무 하나하나가 아니라 숲 전체를 보는, 또는 그림의 밑바탕 색깔, 전체적인 정신적 역동, 그 개인을 움직이는 힘을 들여다보는 작업, 내담자의 가치관, 삶의 지향성 등에 대한 파악이다. 여기에 물론 정신과 의사의 능력이 관여된다. 역동적 정신의학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좋은 치료적 접근에는 줌 인, 줌 아웃 두 부분 모두 당연히 필요하다. 내담자 자신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줌 인, 줌 아웃 능력에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어떤 사람은 아주 구체적인, 종종 지엽적인 일들에 매달려 전체적인 것을 추상하는 능력이 아주 제한된 것을 보여준다. 이런 분들은 면담 도중, 사고의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그래서요?", "그래서 무슨 뜻이죠?"에 해당하는 코멘트로 개입하게 된다. 너무 지엽적인데 현혹되어 전체 숲을 못 보는 상태, 이런 때에 누군가 전체적인 모습을 지적해 주고 거기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의 발달은 사고의 발달과 연관이 있다고 보인다. 피아제의 설명에 따르면 구체적 사고 단계에서 추상적 사고 능력이 생기는 단계가 청소년기 무렵 이후에나 가능해진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발달단계가 멈추는 경우이겠다. 어떤 경우는 자기가 파악하는 이론에 너무 메여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경우도 있다. 사고의 유연성을 잃고 경직된 사고를 하는 경우이다. 또는 인지적 지능보다 감정 지능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다. 특히 부부 문제에 지엽적인 부분은 누가 옳더라도 전체적인 감정적 관계, 맥락을 놓치면 그 배우자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두 다른 종류의 지능 모두 관여한다. 이런 능력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달라지지 않음은 분명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개인이 바뀔 가능성이 있느냐이다.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 발달,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관건이다. 꾸준한 독서나 일기 쓰기, 명상수련 등등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또한 좋은 친구나, 상담치료사, 혹은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중·장기간도움을 받는 길이 있다. 개인적 종교적인 삶, 경험을 통해 성숙하는 좋은 쪽으로 갈 수 있지만, 어떤 경우는 망상 수준의 경직된 믿음으로 사고의 유연성을 잃게 되기도 한다. 헤매는 양에게 목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문의:(213)797-5953 김자성 / 정신과전문의건강 칼럼 아웃 아웃 능력 정신과 의사 역동적 정신의학